▶ UTPR 시행 앞두고 전운
▶ 공화 “미 기업 불이익땐 보복”
▶ 먼저 도입한 EU 첫 타깃 지목
▶ 고율 법인세에 관세 폭탄까지
▶ 다국적 기업 “샌드위치 신세”
▶ 적용 연기 등 타협점 찾아야
글로벌 최저한세(UTPR) 협정이 올해부터 시행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다국적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나라에 ‘관세 보복’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UTPR은 조세 회피를 일삼아온 다국적기업에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도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오면서 UTPR 협정을 둘러싸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 협정은 전 세계 매출이 1조 원(7억5,000만 유로) 이상인 다국적기업이 본사 소재 국가에서 15% 미만의 세금을 내는 경우 다른 나라에서 15%에 미달한 세율만큼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종 모기업이 있는 국가가 실효세율 15% 미만이거나, 소득 산입 규칙을 도입하지 않았으면 과세 권한이 자회사가 있는 다른 나라로 넘어간다. 이는 다국적기업이 저율 과세 국가를 찾아다니며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예컨대 애플·구글 등 다국적기업의 법인세가 15% 미만이라면 한국도 자회사를 통해 추가 세금을 거둘 수 있게 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주도로 미국을 포함한 138개국이 2021년 도입에 합의했고 올해 1월부터 유럽연합(EU), 영국, 노르웨이, 호주, 일본, 캐나다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공화당의 거센 반발로 자국 내 입법을 마치지 못했다. 미 하원 재정위원장인 제이슨 스미스 공화당 의원은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미국 일자리를 죽이고 우리 세법에 대한 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다른 국가들이 향후 10년 동안 1200억 달러가 넘는 미국 세수를 뽑아내는 것을 그냥 지켜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언스트앤영(EY)의 조세정책 리더인 아루나 칼리아남 역시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는 미국 기업이 UTPR 협정을 따라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이 협정이 차별적이고 미국의 이익을 훼손한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UTPR의 적용은 미국의 관세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UTPR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EU가 타깃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EU가 저율 관세를 대가로 UTPR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지만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만큼 변경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의 연구원 라스무스 콜린 크리스텐스는 “UTPR은 널리 시행되고 있으며 강력한 협상 카드이기에 쉽게 되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가시권에 들어온 ‘글로벌 세금 전쟁’의 위험 속에서 기업의 성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형 다국적기업의 한 세무 책임자는 “모든 상황이 극도로 나빠지는 가운데 기업은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OECD 조세위원회의 비즈니스위원장인 앨런 맥린 역시 UTPR 도입에 미국 정부가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기업의 운영비를 높이고 소비자가격을 인상해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각국 정부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중 하나로 UTPR의 적용 시기를 늦추는 ‘세이프 하버’가 거론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한국은 글로벌 기업의 급격한 세 부담을 덜어주고 규칙의 복잡성을 완화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UTPR 도입을 1년 늦춰 2026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KPMG의 한 전문가는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트럼프가 좋아하는 어떤 종류의 거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출처 :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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